오늘은 얼마 전 개봉한 따끈따끈한 한국영화《승부》에 대한 리뷰를 해보려합니다. 바둑이라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소재를 다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울림 있는 이야기였기에 꼭 소개하고 싶어 감상평을 적어 봅니다. 바둑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스승과 제자의 팽팽한 심리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 바둑 연출, 그리고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겪은 우여곡절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줄거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스토리
《승부》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조훈현과 이창호, 한국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들 사이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조훈현은 세계 바둑계를 휩쓴 ‘국민 영웅’이었고, 어느 날 천재적인 바둑 소년 이창호를 만나 제자로 들이게 됩니다. 이후 이창호는 눈에 띄게 성장하며 바둑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결국 스승에게 정면승부를 신청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그저 한 판의 대국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승을 넘어서야만 진짜 완성되는 제자’와 ‘제자의 도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스승’이라는 복잡하고 깊은 감정선이 굉장히 진하게 전해졌습니다. 단순한 승패가 아닌, 관계와 성장, 이별까지 이야기하고 있어서 꽤 울컥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이병헌과 유아인, 그 이름값 이상의 연기
이병헌은 이번에도 역시 믿고 보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조훈현 9단의 냉정하면서도 제자를 아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정말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대국 중 손끝에 담긴 긴장감, 제자에게 패한 후의 좌절과 분노까지 이병헌이 아니면 이렇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유아인 역시 조용한 강자, 이창호 역할을 굉장히 밀도 있게 표현했습니다. 말수는 적지만 한 수, 한 수에 깃든 냉철함과 집중력, 그리고 스승을 향한 존경심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굉장히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담아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거의 ‘심리 액션’이라 불러도 될 만큼 긴장감이 넘쳤고, 마치 체스판 위에서 벌어지는 정적인 전투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훌륭한 연출
저는 바둑을 두는 방법은 알지만 잘 두진 못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른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은 바둑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아주 세심하게 연출을 했습니다. 대국 장면에서는 해설자처럼 주변 인물들이 판세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머릿속에서 가상의 바둑판을 펼쳐 보이며 수 싸움을 시각화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드라마 ‘퀸스 갬빗’에서 체스를 시각화한 것처럼, 《승부》는 바둑을 꽤나 드라마틱하게 보여줍니다.
경기 장면의 리듬감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사운드, 편집, 배우의 눈빛 하나하나가 어우러져서 바둑 한 판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녹아 있었습니다. 정말 경기 중에는 숨도 크게 못 쉴 정도였습니다.
개봉까지 험난했던 제작 비하인드
사실 이 영화는 2021년에 이미 촬영을 마쳤지만, 중간에 꽤 큰 난관을 겪었습니다. 바로 유아인의 마약 투약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하려던 계획은 취소되었고, 이후 극장 개봉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홍보 과정에서도 유아인의 얼굴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고, 포스터나 예고편에서도 그의 존재감을 최소화한 채 제작되었습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유아인의 분량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선택했죠.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조금 거부감을 가질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 그 자체로 보면, 유아인은 이창호라는 인물을 충분히 훌륭하게 표현했고, 그 연기에 흠잡을 데는 없었는데 어쨋거나 조금 아쉬운 점은 어쩔수 없습니다.
조용하지만 강렬한, 승부의 울림
《승부》는 겉보기엔 바둑 영화지만, 그 속엔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관계의 변화’, ‘넘어야 할 벽’, 그리고 ‘자신을 넘어서는 성장’이라는 아주 보편적이고도 묵직한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두 천재의 싸움이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내면을 그린 진한 드라마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한 수 한 수에 담긴 인생의 무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존경과 슬픔, 승리와 상실… 그 여운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스포츠 영화 이상의 감동을 찾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관람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바둑을 몰라도, 그 감정은 충분히 전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