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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드라마, 제주 감성에 흠뻑 젖다

by 누리담터 2025. 4. 6.

'폭싹 속았수다', 제주 감성에 흠뻑 젖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다들 보셨나요?
처음엔 제목만 봤을 때 주인공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매번 속고만 살아와서 그런 부분을 드라마 내내 녹였낸 드라마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무척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란 제주 방언입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나 알것 같더라구요. 우리의 인생이 모두 수고가 많이 필요하니 일맥 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는 제목만큼이나 신선하고, 또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제주의 풍경과 사투리, 1950년대부터 현재 시대 분위기까지.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넘어, 청춘의 고뇌와 성장, 그리고 사랑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냈어요. 이 작품에 대해 세 가지 포인트로 나눠 리뷰해보려 합니다.

 

 

제주, 단순한 배경이 아닌 또 하나의 주인공

폭싹 속았수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제주입니다. 단순히 예쁜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사계절,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 고유의 언어인 제주어까지 모두 극의 중요한 요소로 쓰였어요. 제주 특유의 돌담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해녀 문화, 그리고 전통 혼례와 제사 장면까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특히 제주어가 중심 대사로 사용되는데,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금세 그 억양과 감성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시청자에게 그 시절 제주라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제주가 단순한 배경을 넘어 하나의 인물처럼 느껴지는 건 이 드라마의 큰 강점인 것 같습니다.

 

애순과 관식, 청춘의 얼굴을 닮은 이야기

이야기의 중심은 꿈 많은 소녀 애순과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묵묵한 지지자인 관식의 성장기입니다. 애순은 가난하지만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고, 관식은 그 곁을 지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흔한 로맨스처럼 급격하게 전개되지 않고. 오히려 서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음이 쌓이고 변화하는 모습이 매우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그려집니다.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이 겪는 가족과의 갈등, 사회적 억압, 그리고 사랑과 꿈 사이의 선택은 오늘날 청춘의 고민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여성으로서 애순이 마주하는 벽들 -교육 기회의 제한, 가부장적 문화, 조혼의 압박 등- 은 그 시대의 사회를 보여주면서도 지금의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줍니다. 이런 인물 중심의 섬세한 서사가 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여운을 남기는 서사, 그리고 살짝 아쉬운 부분들

폭싹 속았수다는 전반적으로 감성적인 흐름과 메시지가 훌륭한 작품입니다. 단순히 과거의 청춘 이야기를 그린 게 아니라, 당시의 현실을 조명하며 지금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죠. 특히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꿈을 꿨고, 그 꿈을 지키려 애썼다"는 점은 시대를 초월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몇몇 캐릭터들의 서사가 급하게 정리되거나, 감정선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지나가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애순과 관식 외에 주변 인물들의 사연도 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 초반의 촘촘한 전개에 비해 중후반의 흐름은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회가 주는 감정의 여운은 강하게 남습니다. ‘진심은 결국 전해진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전하는 엔딩이 인상 깊었습니다.

 

마무리하며

폭싹 속았수다는 한 편의 시 같고, 한 장의 수채화 같은 드라마입니다. 단순한 러브스토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겁기만 한 시대극도 아닙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잘 잡으며, 우리에게 많은 생각과 감정을 선물하는 작품입니다. 감정선이 깊고, 영상미는 아름답고, 무엇보다 '제주'라는 공간이 주는 힘이 대단합니다. 조용히 마음속에 남는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을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팁! 가능하다면 자막 없이 제주어의 억양을 귀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